Une Saison en Enfer

Oct 5

잘가요, 스티브 잡스

수년 전 위자드웍스에서 일할 때, 위젯 UI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. 위젯 UI에 통일성이 없기 때문에 보기도 산만하고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도 어려워진다고 생각했다.

위젯 UI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참고했던 문서가 애플의 “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“이었다. 양이 많아서 제본을 떠서 세 번 읽었는데, 애플의 일관성과 심미성을 향한 집착이 고스란히 농축된 문서였다.

내가 UI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해도나 철학의 기초는 “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”에 빚지고 있다. 그리고 그것은 상당 부분 잡스의 사상일것이다.

다 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UI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게 사실이다. UI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제품들의 UI들을 비교해 보면 애플의 UI가 얼마나 독보적으로 뛰어난지 깨닫게 된다. 애플의 제품은 기술이 예술이 될 수 있는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.

“기술이 예술이 될 수 있는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” - 스티브 잡스는 그의 삶에서 늘상 그랬다. 그런 점에서 그는 인간의 가능성의 한 차원을 선명하게 보여준 인물이기도 했다. 그는 한 인간으로서 타인의 호기심을 끄는 매력있는 사람이었고, 평생에 걸쳐 인류에게 기술이 예술이 되는 미래를 보여주었다.

스티브 잡스는 상용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전자 기기를 선보였고, 동시에 그 전자 기기의 인터페이스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구체화해서 보여주었다. 언젠가 스티브 워즈니악이 한국에서 했던 강연에 참석했을 때,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가, 기술과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계속해서 고민했으며, 기술이 인간화되어야한다는 걸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. 스티브 잡스가 인간을 직접 대하는 차원에서는 어떤 인간이었는지 잘 모르겠으나, 기술의 인간화라는 측면에서만큼은 그가 인간을 인간답게 배려하기 위해 인생 전체를 바쳐 노력했다는 것은 틀림없다. 그가 제시한 방향은 앞으로도 기술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이다.

나는 아마 앞으로 UI를 고민할 일이 없겠지만, 그가 보여준 미래의 방향은 영원히 내 마음에 남을 것이다.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로 애플이 몰락의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으나, 역사는 스티브 잡스를 기억할 것이다. 기어이 멋진 일을 해낸 사람으로 말이다.

그는 나를 모르지만, 나는 그의 죽음이 마치 잘 알던 사람을 보낸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. 애플빠도 아니었지만 말이다.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:

스 티브, 여기에 당신에게 공감하던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. 당신은 내 사고 방식의 어느 부분에 남아 있을 겁니다. 많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이고요. 이미 잘 알겠지만요. “편안히 쉬라”는 말은 당신을 모욕하는 말인것 같습니다. 그저 잘 가요,라고 말할께요.